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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티오브히어로 개발자 잭 에머트의 게임개발 칼럼 By 게임메카
내가 가장 자주 받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게임 디자이너 일을 하게 된 계기는?”이다. 그럼, 이제부 터 내가 어떻게 게임 디자이너가 되었고 <시티 오브 히어로>가 어떻게 탄생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다.
사실 나는 원래 그리스어와 라틴어, 이 두 고어(古語)를 연구해 강단에 설 계획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베르길리우스(Virgil)의 고대 서사시인 이니드(Aeneid)에 매료되었는데, 이야기 자체보다는 작품의 기술(記述) 방식이 너무나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시간을 제대로 헤아리기조차 힘든 그 옛날에도, 오늘날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섬세함과 기술법을 가진 작가가 존재했었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그 후 학부를 졸업하고 시카고 대학에서 고대사(古代史)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고대 언어에 대해 보다 깊이 공부하고 싶었기에, 오하이오 주립대학으로 옮겨 그리스어와 라틴어로 두 번째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크립틱 스튜디오와의 인연이 시작되는 것은 이쯤부터. 학생 시절, 나는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던 만화에 대한 꿈을 아직 버리지 않고 있었다. 제가 아주 조그마한 아이였을 때부터, 매주 발간되는 영웅들의 활약상을 그린 만화책을 쓸어 모아 수집하는 것이 나의 중요한 일과 중의 한 부분이었다. 아타리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에는 컴퓨터 게임을 즐겨 했지만, 그 유행은 점차 수그러들고 보드 형식의 롤플레잉 게임들이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던전 & 드래곤(Dungeons & Dragons)이 당시 대표작. 어느 날, 나는 로마 역사학에 대한 세미나에 참가했다가 우연히 어떤 학생의 책가방에 RPG 게임 책이 있는 것을 보게 되었고, 호기심이 발동한 저는 그 학생에게 말을 걸었다. 그 학생이 바로 릭 다칸(Rick Dakan)이며, 크립틱 스튜디오의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이다.
릭과 나는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관심사가 같았기에 더욱 그러했다. 나는 그가 RPG 게임(보드 게임 타입의)을 하나 제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나는 내가 가진 인맥을 통해 그에게 몇몇 회사를 소개해 주었다. 이후, 게임에 흥미를 느낀 나 역시 게임 제작에 나서기로 마음먹었다.
릭과 나는 공동작업으로 5개 정도의 작품을 제작했다. 물론 큰 돈벌이는 되지 못했지만, 우리는 아직 학생이었고 넉넉한 형편도 아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서로가 맡은 일에 열심이었고 그 일을 즐겼다. 그리고 릭의 절친한 친구이자 게임광이였던 마이클 루이스 (Michael Lewis)까지 합류하여 우리는 함께 본격적으로 게임 개발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궁리하기 시작하게 된다.
당시, 다중접속(멀티플레이) 방식의 게임이 큰 인기를 끌 것으로 예측되었고, 실제로 그러한 현상들이 곳곳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당시 유행했던 에버퀘스트(Everquest)는 이러한 사실을 잘 말해준다. 릭과 마이크는 당시 수많은 멀티플레이 게임들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첨단 방식의 게임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에버퀘스트가 이미 판타지 게임 시장을 독점한 까닭에 다른 게임들 역시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장르가 분명 존재했다. 바로 수퍼 히어로들이 등장하는 게임.
1980년 말에서 1990년 초에 이르기 까지, 만화 산업은 엄청난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당시 미국 내 십대 소년들 가운데서 만화책을 읽지 않은 이들이 없었으니까. 이 ‘신세대’들이 어른이 되면서, 그들이 가슴 속에 품고 키워온 ‘수퍼 히어로’들은 결코 무시 못할 그 무엇이 되었다. 그 결과, 영화사들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X-맨이나 스파이더맨과 같은 블록버스터들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활약상을 다룬 소설은 심지어 퓰리처(Pulitzer)상까지 타게 되었다.
이에 마이클은 릭에게 수백만 달러의 자금을 투자해 회사를 설립할 것을 제안했다. 릭은 즉시 저에게 공동으로 벤처 사업을 시작할 것을 제안했고 그 당시 고대사를 약 십 년째 연구하고 있던 나는 내 길이 과연 이쪽이 맞는지, 이 일이 내 천직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나는 여전히 만화를 읽고 게임을 즐기는 삶을 바랬습니다만, 학자는 연구 이외의 시간에 단 일분 일초도 허비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한 가지 가장 큰 문제는 게임을 어떻게 제작하는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릭의 제안은, 단순히 지나쳐버리기엔 너무나도 소중한 기회였다.
마이클은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세 명의 게임 개발 전문가를 찾아냈다. 이 세 명 역시 멀티플레이 게임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단지 제대로 된 기회를 잡지 못해 전전긍긍 하던 중이었다. 그들은 바로 맷 하비(Matt Harvey), 브루스 로저스(Bruce Rogers) 그리고 카메론 페티(Cameron Petty)였고 이 세 명의 개발자들은 정말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었다.
그들과 우리 모두가 고안해 낸 아이디어들은 게임에 즉각 반영 되었고, 자금도 확보된 상태였다. 정말 완벽한 조화였다. 모든 준비는 2000년 7월에 갖추어 졌고, 우리는 모든 일은 순조롭게 잘 될 것처럼 보였다. 게임 제작은 물론, 배급사(퍼블리셔)를 찾는 것 역시 그러하리라 생각했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계속 잇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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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지난번에 이어 우리가 구상하던 COH라는 게임이 어떻게 퍼블리셔를 만나 서비스하게 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게임 개발을 위한 설정과 기획을 끝마친 2000년 7월, 창립멤버 다섯 명은 새로운 MMORPG 게임을 만들기 위해 크립틱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당시 한창 인기를 끌고 있던 장르는 판타지였지만 멋진 영웅들이 등장하는 만화 시리즈가 점점 인기를 더해가고 있었고, 우리는 그 점을 게임에 적극 반영하려고 했다.
맷 하비(Matt Harvey), 브루스 로저스(Bruce Rogers), 카메론 페티(Cameron Petty), 이 세 명의 공동 설립자들은 게임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 하지만 주로 오락실 아케이드 게임에 능통해, PC 게임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많지 않았다.
그 외 두 명이 릭 다칸(Rick Dakan)과 나 였는데. 우리들은 컴퓨터 게임이든 비디오 게임이든, 게임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전무(全無)했다. 디자인 경험이라곤 펜과 종이를 사용하는 보드 형식의 롤플레잉 게임, 즉 <던전 & 드래곤>과 같은 형태의 게임을 접해본 것이 전부였던 상태였던 것.
그 무렵, 엔젤투자가(angel investor: 벤처 설립 초기에 자금을 지원해 주는 개인 투자가) 한 명이 우리에게 상당한 자금을 투자하겠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줬다. 사실, 우리는 투자 부분에 대해서 미처 생각을 해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저 열심히 게임을 개발해서 벤처 자금을 어느 정도 모은 후 스스로 발매하면 되지 않을까 하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솔직히 너무나도 순진하기 짝이 없는 생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성공에 대해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영웅들을 게임에 등장시킨다는 아이디어도 너무 좋았을 뿐만 아니라, 에버퀘스트의 성공 역시 전례로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몇 년 정도의 개발 기간을 거쳐, 게임을 발매하게 되면 큰 성공을 거둘 것으로 확신했다.
우리는 우선 작업할 공간, 즉 사무실이 필요했다. 하지만 당시 산호세에서 사무실을 얻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고. 당시 실리콘 밸리는 그 악명 높던‘닷컴 붕괴’에서 다시금 되살아나고 있는 활황기라, 사무실 임대료는 천정부지였다. 우리는 고생 끝에 비록 외진 곳이지만 근사한 사무실을 얻게 돼었다. 8각형 모양의 2층짜리 건물이었는데, 그보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사무실 위치였다. 우리 사무실은 산업공원의 한가운데 자리해 왼쪽에 용접 공장이 있는가 하면, 오른쪽에는 자동차 정비소가, 그리고 앞뒤로는 견인 트럭들이 왔다갔다 하는 곳이었다. 프로그래머들이 한창 코딩하고 있으면, 바로 벽 건너편에서 용접할 때 발생하는 불꽃이 튀는 소리까지 다 들릴 정도였으니까!
그 후에 우리가 할 일은 게임 엔진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었다. 이 작업은 CTO(Chief Technology Officer: 최고 기술 경영자)였던 브루스 로저스가 맡았는데, 그는 예전에 카메론, 맷과 함께 설립했던 캐치 게임즈(Catch Games)에서 개발했던 게임의 엔진을 기초로 하자고 했다. 그것이 지금의
그 다음 단계는 게임 디자인이었다. 릭 다칸과 저는 머리를 맞대고 오랜 시간 동안, 우리가 문서작업한 것을 어떻게 게임의 고유 시스템에 맞도록 변환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했다. 초기단계의 선임 디자이너는 릭 이었으며,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그에게서 나왔다. 앞서도 말했듯, 릭과 저는 게임에는 문외한이었고 이로 인해 문제점들이 하나둘씩 생기기도 했다. 이 분야에서 일한 지도 꽤 됐지만, 나는 아직도 MMORPG의 시스템에 맞게 디자인을 하는 데 그리 익숙한 편은 아니다. 그보다는 영웅 중심의 틀을 짜서 멀티플레이 게임에 적용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COH가 다른 게임과 차별되는 점은 이렇다. MMORPG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요소들이 필요하지만(플레이한 시간에 상응하는 가시적인 성과가 있어야 하며 공동체 개념이 들어가야만 하는 등등) 릭과 나는 그러한 요소들에 신경 쓰는 한편, 다른 것에도 주의를 소홀히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예를 들면 우리는 각 캐릭터를 나열해 게이머가 선택하는 방식을 고안해냈다.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은 제법 괜찮은 생각이었지만, 선택한 캐릭터를 어떻게 키워나갈 것인지에 대한 생각은 부족했다. 우리가 고안해낸 방식에 따르면 게이머들은 자신이 선택한 캐릭터에 일정 포인트를 투자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 즉,‘에너지 블래스트’라는 스킬을 선택해 사정거리나 대미지를 원하는 만큼 강화할 수 있는 것이죠. 이에 소요되는 포인트는 몬스터를 사냥하거나 임무를 완수하면서 얻게 된다.
하지만 릭과 내가 간과한 사실은 MMORPG만이 가진 그 고유의 성질에 대한 것이었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게이머가 에너지 블래스트 스킬만 집중적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키우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라는 것. 만약 캐릭터의 능력이 포인트를 ‘주는 것’으로만 세팅되어 있다면 게이머들은 오로지 그 점에만 집중하게 된다. 게임이 지극히 단순해지는 부작용을 낳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는 별도의 팀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집중적인 스킬 투자로‘나 홀로’플레이를 하면서도 능히 남들에 비해 우월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된다. 나는 솔로잉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캐릭터들은 자신의 고유한 능력을 바탕으로 팀에 공헌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평소 지론이다. 예를 들면 어떤 클래스가 한 명만 치료할 수 있다면 다른 클래스는 다수를 치료하되 능력은 다소 부족한, 또 다른 클래스는 원거리 치료를 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러한 점이 보다 ‘MMORPG’에 가까운 성질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COH를 만들기 위해 고심했다.
또 우리는 구역이나 미션 등의 툴(tool)을 짜는 데 익숙하지 못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게임 시스템의 개발속도를 따라 잡기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개발자이면서도 게임 전체의 크기를 파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가 만들어내야 할 구역이나 미션 종류 등의 구체적인 수를 파악하기가 힘들었다는 것. 출발시점에서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부분이었지만 시간이 가면서 게임 엔진의 개발이 가속될수록 문제는 점점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개발 당사자인 우리들은 개발 초기로부터 시간이 꽤 지난 이후에도 이러한 문제점을 그렇게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는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EA등 메이저 게임 발매사들에게 게임을 선 보일 무렵까지만 해도 낙관적이었다. MMORPG는 머지 않아 게임 업계의‘대어(大魚)’가 될 것이며 영웅들이 등장하는 만화는 시장에서 이미 큰 인기를 얻고 있었으니까. 모든 사람들이 우리가 개발하는 게임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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