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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모토 시게루씨의 작업방식이 잘 드러난 인터뷰

출처 : 루리웹 창백한마이클 님 번역

참고 : 미야모토의 밥상뒤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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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yam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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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onu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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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타: 미야모토씨, 황혼의 공주 프로젝트에 전면적으로 가담하셨을 때, 소감이 어땠는지요?



미야모토: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군요. 느낀대로 솔직히 말해도 됩니까?



이와타: 모쪼록 그래주십쇼.



미야모토: 흠, 제가 개발과정 내내 많은 프로토타입들에 가담해왔기 때문에, 뭐 대단히 심각한 문제가 있지는 않았습니다만... 하지만... 첫째로, 팀의 리더들이 스탭들의 작업 진척도를 잘 체크하고 있지 않더군요. 많은 스탭들은 그들의 기본적인 업무도 수행하고 있지 못한 상태였어요. 캐치볼(의역: 기초 걸음마)도 잘 하지 못하고 있더군요. 사실, 그들은 요점조차 제대로 잡고 있지 못했어요. 글러브 한 가운데로 공을 잡는다는 것 조차요... 말하자면 적당히 얼버무린 듯한 작업이었죠. 그게 바로 내가 왜 스탭들 한사람 한사람을 제자리에 원위치 시켜서 그간 적당히 얼버무리고 말던걸 어떤 식으로 보다 세심히 가다듬는건지 비결을 보여준 이유였어요. 그래도 제가 스탭들한테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는게 한가지 있는데, 그건 스탭들이 갖고 있던 뭔가 이뤄내고자 하는 강렬한 열망이었죠. 작업이 지지부진 했던 원인은 스탭들의 동기결여라기 보다는, 지나치게 많은 작업량 때문에 그들이 어떤 상투적인 틀에 박혀있었기 때문이에요.



이와타: 그렇군요. 스탭들이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할지 갈팡질팡 하고 있었다는 뜻인가요?



미야모토: 바로 그거에요. 이미 그들은 충분히 동기부여가 되어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그저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 일러주는 것 만으로도 엄청난 진보를 이뤄냈어요. 그래서 결국 우리는 반년 걸릴 일을 4개월만에 용케 다 끝마칠 수 있었죠. 처음엔 사실 조금 걱정했지만, 개발팀 내에 퍼져있던 높은 수준의 열의는 정말로 값진 것이었답니다.



아오누마: 너무 많은 수의 개개의 사항들을 다루다보면, 전체 그림을 그려내기가 어려워지죠. 바로 그때 미야모토씨가 어떤 식으로 갈피를 잡아가야될지 확고한 밑그림을 들고 오셔서, 우리에게 뚜렷한 방향을 제시해주셨죠. 그리고는, 미야모토씨가 뭘 하고자 하시는지 우리가 제대로 이해했든 아니든 간에, 바퀴가 앞으로 굴러갈 수 있게 됐어요. 이게 가능하게 되자, 비로소 보다 큰 전체 그림을 그려볼 수 있었죠. 이런 식으로만 해나가면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끝낼 수 있겠구나 하고 실감했어요. 그 지점까지 다다르기 전에는 우리 앞에 너무 많은 갈림길들이 놓여있어서, 뭔가 수많은 아이디어들을 다 하나로 엮으려고 하다보니까 쉽게 혼란스러워졌죠. 그게 우리의 문제였어요.



미야모토: 모두들 다소 전전긍긍하면서 뭔가 지금 이 상황은 썩 좋지 않다는 걸 느끼고 있었죠. 그래서 메인스탭들은 모여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짜냈어요. 좋은 성과도 있었지만, 부정적인 것도 있었죠. 예를 들어서, 사람들은 그들 각자의 책임감을 잃은 것 같았어요. 어떤 결정을 누가 내렸는지 캐물어보면 "우리 모두가 결정한" 것이라는 식의 책임전가적인 대답들이 수도 없었고, 그런 태도는 싹 바뀌어야 했죠. 그런 말에 대한 내 대답은 이랬어요. "어떻게 '모두'가 결정했을 수가 있어? 그 결정은 '누군가가' 내린거야! 그게 누구야!?" 그리고, 내가 왜 일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냐고 물어보면 '아직 조정 중'이라는 식의 무책임한 대답도 자주 들었어요. 나는 이렇게 쏘아줬죠. "그 조정이라는거 지금 당장 끝내. 미안하단 말부터 꺼내지 않아줬으면 하는데?" (웃음) 내 생각에 난 그런 면에서 꽤나 엄격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뭔가 일을 제대로 해보려면 사람들이 책임감을 갖고 "아직 끝내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책임을 지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돼요. 우리 모두가 이런 인식을 갖는다면, 다같이 문제 해결에 뛰어들 수 있어요. 그렇게만 하면 손대는 순간 모든 일이 술술 풀리죠. 그렇게만 되면 우리 모두 쉴 수 있다는 것 만큼이나 간단한 이치에요. 그리고 그 완성품을 테스트 그룹에 던져주면 훨씬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기 마련이죠.



이와타: 그들이 말하길, 미야모토씨가 지시한 변화들은 정말 게임을 개선시켰다고 하더군요.



미야모토: 그런 방향만 똑바르게 잡아주고 나면, 프로젝트의 나머지 일은 그저 단순히 하나하나 조금씩 변화를 줘나가는 것 뿐이에요. 사운드 이펙트를 세밀히 조정하고 여러가지 것들을 미세조정하는 것들이죠.



이와타: 누군가가 그걸 일컬어 "미야모토 마법"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당신 입장은 그저 '난 분명히 행해져야 하는 것들을 주의깊게 똑바로 했을 뿐이야'라는 것이네요.



미야모토: 정확해요. 다른 왕도가 있는게 아녜요. 그리고 또 한가지 내가 주목했던 점은, 아직 많은 프로젝트 경험이 없는 젊은 스탭들은 어떤 식으로 해야 작업이 완성되는지 뚜렷한 개념을 잡고 있지 못했어요. 비디오게임에선, 진정 프로젝트를 완성까지 이끌고 가는 키를 잡는건 팀 전체라기 보다는 디렉터 같은 연륜있는 스탭들이죠. 이번 프로젝트에 관여한 젊은 친구들은 그저 끝을 향해 치닫기만 해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뚜렷한 인식도 없이 결승선을 넘어버리려는 것 같았어요. 시간이 흐르자, 젊은 친구들도 슬슬 게임을 적절하게 완성시키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생각을 발전시켰죠. 제 생각에 우리 회사는 이번 젤다 개발을 통해 엄청난걸 얻은 느낌이에요. 이런 요령들을 터득한 우리 스탭들 수만큼이나 말이죠.



아오누마: 맞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완수하면서 우리는 정말 엄청난걸 배웠어요.



미야모토: 나는 이런 프로젝트를 완수하는데는 어떤 특정한 정도(正道)가 있다고 믿어요. 스포츠에서 이기는 법이 있는 것처럼 말이죠.



이와타: '완성'이라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처럼 말이죠?



미야모토: 뭔가 끝까지 이뤄내면 정말 큰 즐거움이 뒤따르죠. 완성단계에 다다르기 이전엔, 강박관념에 사로 잡혀서 계속 뭔가를 덧붙이고 싶은 욕망이 뒤따르죠. 게임을 확장시키려는 이런 욕망은 억누를 수 없는 것이어서, '다 이루었다'는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게 되고 프로젝트를 완성시키질 못하게되죠.



아오누마: 말하자면 이런겁니다. 그 지점까지 다다르기 전까진, 무질서 상태에서 '뭔가 끝마쳤다'는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상태로 옮겨가게 하는 올바른 방향지침이 중요해요. 이거야 말로 개개의 작업들의 질을 높여주는 것이고, 미야모토씨가 초점을 맞추는 지점이지요. 솔직히 말해서, 난 아직도 그런 눈이 덜 트였어요. 미야모토씨는 아마 이렇게 말하겠죠. "장사 한두번 해먹니? 근데 아직도 헷갈려?" 하지만, 그래요. 난 아직도 그런 명쾌함이 부족해요. 저의 그런 부족함이 우리의 최종도착지를 분명히 바라보지 못하게 했던 가장 큰 이유일겁니다.



미야모토: 글쎄, 아시다시피 나 역시 초점을 잃어요. 하지만 그런 일이 벌어지면, 나는 그저 내 자신에게 제 자리로 돌아와서 앞으로 나아갈 것을 되뇌이죠. 하지만 그래도 그런 일은 여전히 벌어져요.



아오누마: 때로는 너무 지나치게 깊게 생각하는 것이 초점을 잃게 만들죠. 깊게 생각하는 것이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만...



미야모토: 맞아요. 때로는 불확실한 상태로 내버려둬도 좋을 때가 있긴 하죠. 하지만 분명히 한가지 결정을 내리고 그걸 고수함으로써,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아오누마: 하지만 뭔가를 지나치게 신경써서 끝끝내 백기를 흔들고야 마는 것은 절대 좋은게 아니라구요!



미야모토: 그건 확실히 좋지 않지! (웃음)



이와타: 절대로 아니고 말구요! (웃음)



아오누마: 만일 머리를 쥐어뜯고 울부짖으며 '됐어. 더 이상 생각 않겠어'라는 지점까지 가면, 결과도 썩 좋지 않을 거라는걸 느끼죠. 그건 정말 어려운 지점이에요. 말하자면, 그건 심리적인 전쟁이에요. 황혼의 공주 같은 거대 프로젝트 개발에서는 특히나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이 반드시 필수죠. 40살 넘어가면 정말 뼈저리게 느낀답니다. 심지어 세월이 내 발목을 잡는다고 느끼는 순간도 있다니까요! (웃음)



이와타: 미야모토씨는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미야모토: 저는 이번 프로젝트를 정말로 즐기면서 했습니다. 잠을 자지 않고도 집중력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거나, 내가 정력의 화신이라거나 하는건 아니에요. 하지만 정말 너무 즐거웠어요!



이와타: (웃음)



아오누마: 난 50살 넘게 잡수신 분이 나보다 작업장에 늦게까지 남아있는걸 아직도 믿을 수가 없다니까요! (웃음)



미야모토: 나는 프로젝트 진행하는 내내 이렇게 말했다니까요. "이 나이 먹도록 해본 일 중에 제일 재미나는구먼!!! 허허"



아오누마: 같은 말 계속하지 마시라구요! 마무리 작업할 때쯤엔 나는 거의 머리털 다 쥐어뜯을 지경까지 갔단 말입니다!



이와타: 그렇게 진절머리 났어요? (웃음)



아오누마: 시간이 11시나 12시쯤 넘어가고, 나도 슬슬 피곤해져서 "미야모토씨는 이제 틀림없이 집에 가셨겠지"라고 생각하면, 이메일 도착하는 소리가 들리죠. "자네 아직 있나?" 그 이메일 한통의 효과는 즉각적으로 내 잠을 확 깨운다니까요! (웃음)



미야모토: 맞아요. 프로젝트가 끝을 향해가면서 나는 간단하게 작성한 이메일들을 마구 발사했죠. 좀 더 시간을 들여서 작성했다면, 플로우차트에 모든걸 일목요연하게 적어서 새로운 주안점들을 실현하는 가장 좋은 접근방식에 대해 분명하게 설명해줬을거에요. 하지만 끝이 다가오면서 내 이메일들은 점점 더 휘갈겨쓰게 됐죠. 모든 것이 목차형식으로 적혀있는 지경까지 갔으니까요. 이 이메일들을 처음 본 사람들은 그게 아무거나 찍찍 갈겨논 것처럼 느끼는게 당연해요.(웃음) 때로는 내 지시가 너무 투박하게 적혀 있어서 스탭멤버들 사이에선 과연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그들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보고하기 위한 희극을 벌였다고 답장이 오더군요. 그럴 때면 나는 이렇게 생각하죠. "이 부분은 완전히 포인트를 놓쳤구만!" 그러고 바로 다시 답장을 보내서 그런 쓸데없는 짓 하느라 시간낭비 하지 말라고 말해줘요. (웃음)



이와타: 잔인하시기도 해라! (웃음)



미야모토: 정말로 내 생각이 잘 전달이 안될 때는, 나는 이메일을 보내서 그 게임캐릭터가 다른 캐릭터에게 무슨 대사를 해야 되는지 정확하게 설명해줘요. 대사 담당을 맡고 있는 스탭은 빈정대면서 그 메일에 이렇게 답장을 보내곤 하죠. "좋아요. 그럼 그 대사 그대로 게임에 쓰도록 하죠. 실직 당한 것 같은 기분이군요!" (웃음) 물론, 이런 접근방식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완전히 이해하고 있는 나랑 오랫동안 같이 일한 스탭들한테만 사용해요.



아오누마: 하지만 미야모토씨가 그런 메세지들을 보내면, 뭣모르는 몇몇 젊은 친구들도 같이 읽을거라는걸 아셨을거 아닙니까! (웃음)



미야모토: 흠, 뭐 그렇지. 만약 우리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누군가가 그 이메일들을 읽었다면 이렇게 생각할거에요. "저렇게 말해도 되는거야?", 혹은 "미야모토 시게루씨는 좀 더 신중해야돼. 아니면 누군가 물에 약이라도 타든가..." (웃음) 아오누마씨처럼 나랑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사람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겠지만, 신입스탭이 그 메시지를 읽는다면 의미를 잘못 해석하고는 이렇게 생각하겠죠. "우오!!! 우리 진짜 뭔가 잘못되고 있나봐!" (웃음)



이와타: 틀림없이 그랬을거라고 생각이 드는군요! (웃음) 하지만 내가 듣기론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핵심스탭들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 깨닫고 신입스탭들한테 미야모토씨가 뭘 전달하고 싶어하는지 설명해줬다더군요.



아오누마: 이건 내가 우리 스탭들 비행기 태워주려고 하는 말이 아니구요, 그런 무자비한 이메일들을 받고도 아무도 포기하려는 상태에 놓이지 않았답니다. 끝까지 모두들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미야모토: 정말 그랬죠. 그 열정은 정말로 우리가 뭔가 이룰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에요.



아오누마: 맞아요. 미야모토씨가 뭔가 잔인무도한 말을 내뱉으면, 미야모토씨가 아무 소리도 못할 정도의 물건을 만들어서 거기에 부응하려고 모두 노력했죠.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계속 이런 일을 했어요.



미야모토: 사람들이 비판에 직면하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아요.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무릎에 힘이 풀리고 때론 화가 나기까지 하죠. 받아 들여지지 않았을 때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정상적인 거에요. 우리가 이런 공격에 버텨낼 수 있을지 여부는 전적으로 훈련 여하에 달렸어요. 하지만 내 생각에 요즘 젊은이들은 전에 이런 일들을 겪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우리 회사에 다니는 그들 모두는 굉장히 자아성취형인 인물들이죠. 그 친구들은 정말 최고 중의 최고이고, 대학을 졸업해서 닌텐도에 입사하게 되었고, 그러다보니까 이전에는 이런 식의 강도높은 비판을 겪어본 일이 정말 전혀 없는거에요. 하지만 사람들한테 팔릴 물건을 만드는 것은 냉정한 일이에요. 우리가 형편없는 물건을 대량으로 급조해낸다면, 온갖 불평들이 쏟아질거에요. 그러니까 내가 그들에게 쏟아붓는 차가운 비판은 메인이벤트 전의 워밍업처럼 그런 것들에 사전준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거죠. 우리 같은 노련한 멤버들 조차도 듣기 싫은 말들을 갑자기 들었을 때면 감각이 마비가 되는 것처럼 기분이 당혹스러운걸요.



이와타: 그럼 그런 일들은 언제 벌어지는건가요? 그리고 뭐라고 하시는지요?



미야모토: 공격에 어떻게 대처하느냐 하는 문제에요. 그건 마치 기호흡을 이용해서 스트레스를 없애는 것과 같죠... (웃음) 숨을 깊게 세번 들이쉬고, 해야만 하는 일에 대해 명상을... 와우! 나 계속 늙은이 같은 소리만 하잖아! (웃음)



일동: (큰 웃음)



미야모토: 암튼 그런 것 역시 모종의 훈련이라고 생각해요. 자기가 하는 일을 즐길 수 없다면, 포기하는게 나을거에요. 어쨌든, 근데 우리 무슨 얘기하고 있었죠? 어디보자... 어디였더라?



이와타: 젤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죠.



미야모토: 참여라... 그래요! 정말 즐거웠어요! (웃음)



이와타: (웃음)



미야모토: 아 맞아요, 내가 프로젝트에 가담한 후에 무얼 했었는지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죠. 간단히 말하면, 내가 처음 느낀건 오랜만에 내가 플레이어의 위치에서 게임을 바라봤다는 것이었죠. 이런 관점에 서서 나는 맥이 흩어진 모든 요소들을 제자리에 질서를 부여했죠. 전체적인 스토리에 잘 맞지 않는 부분들이나, 완전히 잘못됐다 싶은 요소들을 간략히 메모해나갔죠. 내가 집중했던 것 중 하나는 게임 내에 리얼리티를 배분하는 요소들을 체크하는 것이었어요.



아오누마: 그건 정말 사실입니다. 나는 미야모토씨가 우리와 함께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느꼈어요. 한편으로는 음흉하게 플레이어의 역할도 떠맡아서는 말이죠. (웃음) 내가 미야모토씨를 존경하긴 하지만, 어떻게 그렇게 심술궂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니까요!



이와타: 미야모토씨가 내린 지시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요?



아오누마: 어디보자... 어느 이메일에선가, 미야모토씨가 이렇게 적었더군요. "우리는 사람들의 즐거움을 위한 것을 만들어야만 해. 이 부분은 전혀 그렇지 않잖아." 그 말이 참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계속 이렇게 써내려갔죠. "사람들이 이 게임을 즐겁게 플레이하길 바래.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여기 이런걸 갖고 사람들이 즐길 수가 있겠어?" 문득 생각을 안하는 때도 있지만, 우리가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 위한 물건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 분명한 것이에요. 미야모토씨의 말은 내가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을 새삼 깨닫게 해줬죠. 하지만 프로젝트의 마감일자가 점점 좁혀오면 좁혀올 수록, 개발팀이 그 사실을 점점 더 놓치게 되기가 쉽죠.



이와타: 그렇다면,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점점 쌓이기 시작했었단 건가요?



아오누마: 정확해요. 만일 우리가 게임을 완벽하게 만들지 않고 대량으로 급조해버린다면, 그건 우리한테는 잠깐 편리하겠지만, 구매자들은 그런 우리 사정 따위엔 관심없어요. 그들의 유일한 관심사는 게임이 어떻게 그들을 즐겁게 해줄지 하는 것 뿐이에요. 특히 이번에는 프로젝트의 기나긴 개발시간 때문에, 내내 한눈팔지 않고 이런 주의사항을 마음에 새길 수가 없었어요. 이런 시점에, 미야모토씨가 책임을 맡게 되면서 순수하게 '어떻게 하면 고품격의 엔터테인먼트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게 됐죠. 내 경우를 말하자면, 나는 미야모토씨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지만 그게 언제나 가능한건 아니라고 종종 느꼈어요. (웃음) 시간이 많았으면 하지만, 중요한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아무리 엄격한 시간 제한이 있더라도 타이트하게 밀어붙여서 일을 끝내야 하죠.



이와타: 개발분야에는 언제나 '더 개선시킬 여지가 있는' 수많은 사항들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당장 뜯어고치지 쉽지 않죠. 스탭들도 지난 인터뷰에서 이 얘기를 꺼냈었습니다. 하지만 스탭들이 이미 되돌리기엔 늦었다고 생각한 것을 미야모토씨가 뜯어고치자고 제안했을 때, 그들은 뭔가 고쳐져야만 하고 또 그들 역시 그걸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하더군요. 그런 것에 대해 미야모토씨에게 감사하는 말들이 있었습니다.



아오누마: 아, 그래요. (웃음) 내가 도저히 고칠 수 없다고 생각한 것들에도 예전에 그런 일들이 많이 벌어졌었죠. 하지만 미야모토씨가 바꾸길 바란다고 말하자마자 그것들이 스르르 바뀌더군요. (웃음)



미야모토: 종종 나한테 이렇게 묻곤 해요. "정말 바꾸시려구요?" 그러면 난 그 즉시 바로 대답하죠. "그래, 정말이야!" (웃음)



아오누마: 그리고 이런 일에 익숙하지 않은 스탭들을 위해, 나같은 노장들이 약간은 신비함을 곁들여서 설명하죠. "이 변화야 말로 이 게임을 완전히 개선시킬거야,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미야모토: 하지만 내 생각엔 난 분명하게 설명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나는 언제나 정직한 말만 하려고 노력한답니다.



이와타: 아뇨. 제 말은 '사람들이 어떤 것에 대한 이유를 이해하게끔 만드는 것'도 있지만, '그 이유를 다른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이해하게끔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미야모토: 개발기간의 끝이 다가왔을 때에도, 나는 종종 뭔가를 제안했고 "그거 이미 해봤지만 잘 안됐잖아요"라는 답변을 듣곤 했어요. 그럼 나는 다시 응답하죠. "글쎄, 그건 그때고 이건 지금이잖아. 그러니까 다시 해보자!" 이런 일은 정말 많이 벌어졌죠.



아오누마: 그래요. 그런 식의 입씨름은 흔한 일상이었죠.



미야모토: 하지만 이봐요, 이건 긴 프로젝트였다구요. 최초의 설계는 최신 버젼과 상당히 달랐어요.



이와타: 미야모토씨에 대해 한마디 하자면, 누군가가 미야모토씨에게 찾아와서 뭔가가 왜 안되는지 이유를 대면, 미야모토씨는 기어코 그 사람 입에서 '다 뜯어고치려면 뭐가 필요한지' 복창하도록 만들죠. (웃음)



일동: (큰 웃음)



아오누마: 미야모토씨는 답을 얻어내기 전에는 절대 멈추지 않을걸요!



이와타: 사람들이 말하길 당신은 사람들을 피할 수 없는 궁지로 몰아놓고 카운터펀치를 작렬시킨다고 하더군요!



미야모토: 그들이 그렇게 말하던가요?



이와타: 그랬습니다! (웃음)



미야모토: 찔리는군...!



이와타: 하지만 이건 이번 프로젝트에만 한정된 일이 아닙니다. 나는 예전에도 수많은 사원들이 같은 소리를 하는걸 들었다구요! (웃음)



아오누마: 그런 식으로 사람들한테 카운터 날리시는걸 즐기시는거죠?



미야모토: 그래 나 그렇다. 그래!



이와타: 거 보세요. 그렇다니까요! (웃음)



아오누마: 흠, 게임 초반부에 링크한테 칼 쓰는 법 가르쳐주는 검술선생이 처음 구상으로는 원래 회전베기 쓰는 법은 나중에 가르쳐주기로 되어 있었는데, 미야모토씨가 처음부터 곧바로 가르쳐야 된다고 우겼잖아요! (웃음)



미야모토: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기술을 어째서 처음부터 쓸 수 없냐고 물어본 것 뿐이라고! (웃음)



아오누마: 미야모토씨가 회전베기를 시작부터 쓸 수 있어야 된다고 일단 결정을 내려버리니까, 나는 꼬리를 내릴 수 밖에 없었다구요! (웃음)



미야모토: 흠, 게임에 필요했던거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검술선생이 처음으로 가르치는거라곤 그저 방패로 사람을 밀어서 넘어뜨리는 기술이었죠. 근데 누가 그렇게 흔해빠진 동작을 하려고 하겠어요? (웃음)



아오누마: 미야모토씨는 이렇게 말했어요. "저딴건 필요없어! 쎈거 한방으로 그냥 끝장내버리라구!"



미야모토: 바로 그거야! 쎈거 한방! 여기에 맞추려고 시나리오는 많이 변경되어야만 했지요! (웃음)



아오누마: 그 제안은 책임개발자들을 정말 거대한 혼돈에 빠뜨렸어요. 그들은 이렇게 말했죠. "이 동작을 게임 시작부터 바로 쓸 수 있게 한다는건 엄청 작업할게 많아진다는걸 의미해!"



미야모토: 그래도 그럴 때면, 나는 손해를 최소화해보려고 모든 재작업 과정을 도왔어요. 안 그래? 나 진짜 열심히 일했다구. 알잖아! 저는 이러이러한 것들을 바꾸면 손해가 그나마 적어질거라고 옆에서 거들었지요.



아오누마: 사실이에요. 이 분이 뭔가에 변화를 가미하길 원할 때면, 전투에 대비해서 본인 할 일은 딱 해놓고 만반의 태세를 갖췄죠. (웃음)



미야모토: 난 그저 그게 실제로 어떻게 돌아갈지 구상해놓은 것을 '제안'했던 것 뿐이야.



아오누마: 그랬죠. 그리고 미야모토씨가 제안하면, 거기에 대해 우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구요. 맞죠? (웃음) 우리는 더 이상 선택권이 없었어요!



이와타: 미야모토씨는 필요할 때마다 아오누마씨를 적절히 잘 이용한거군요. 카운터펀치를 준비해놓고! (웃음)



미야모토: 아 정말 멋진 직업이야. 안 그래?



일동: (큰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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