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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Story

CM : Championship Manager

chauchau0 2005. 1. 13. 16:47
제목을 본 사람들의 예상은 대개 둘로 나뉠거다. 한 부류는 TV 광고류의 이미지를, 또 한 부류는 나처럼 축구게임의 이미지를 각각 떠올릴 것이니.

저 단순한 알파벳 두글자로 몇날밤을 지새는 이들이 있다. 나 역시 대학 3,4학년을 저런 이름을 가진 게임과 씨름하며 보냈다. 따라서 나처럼 CM의 매력에 빠져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Real Player를 '레알 플레이어'로 읽는 골수 유럽축구팬들의 귀여운 착각처럼 CM이라는 단어가 눈에 드는 그 순간, 수많은 숫자와 단어가 나열된 괴상한(?) 축구게임 '챔피언십 매니저(Championship Manager)'를 연상할 것이 분명하다.

앞줄에 잠깐 언급한대로, CM은 참으로 괴상한 축구게임이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다는 얘긴 榕咀첸諍?축구게임에 축구공이 나오지 않는다는 얘긴 생전 들어본 일 없던 시절, '축구게임'이라는 말에 혹해 스타트 버튼을 눌렀던 당시의 당혹감은 몇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CM 초기버전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둔탁한 화면 디자인에 온통 영단어로만 가득했던 그 '해적판' CM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무렵 USM이라는 또다른 축구 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겨본 일이 있던 나였지만 그래픽 효과를 거의 배제한 CM의 존재는 '게임'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을 부숴버리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CM의 첫번째 매력이었음을 깨닫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일체의 형태를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유저의 상상력을 자극시켜 게임에 몰입하게 하는 고단수 전략. PC앞의 나는 시험 전날에도 밤잠을 설치며 마우스를 눌러댔고 한줄의 문구로 표현되는 '우리팀' 선수들의 동작에 울고 웃으며 연패의 늪에선 절망을, 우승컵을 들고선 환희의 장면을 상상하며 게임속으로 빠져들었다. 하루에 18시간동안 '감독질'을 한 날도 있었으니 모르긴해도 '마약'의 중독성도 이보다 더할수는 없지 않을까. (따라서, CM 중독기의 절정에서 헤어난 지금의 나는 어떠한 유혹에도 쉽게 중독되지 않을거란 근거없는 만용을 부려본... --;)

CM이 가진 두번째 매력은 다소 역설적이지만 '사실성'이다. 버젼이 업그레이드되면서 강화된 여러가지 측면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것은 바로 데이터의 강화다. 2D엔진의 장착이 CM4의 최대 매력이라고 주창하는 이도 있겠고, 또 그것 역시 맞는 말이지만 내게는 전세계 수백명의 크고 작은 리서쳐들이 제공한 정보의 매력이 더 크게 다가온다. 물론, CM의 사실성에 바탕을 둔 예지력은 이전 버젼에서도 몇차례 입증된 바 있다. 사비올라, 로비 킨, 조 콜, 로벤 등은 실제 축구계 상황과는 무관하게 CM을 통해 성장이 예고된 스타플레이어들. 개인적으로 가장 신기하게 여겼던 사례는 CM3 시절, 이름조차 읽기 힘든 피터보로(Peterborough) 소속으로 게임 내에서 혜성같이 등장한 두명의 신예들이다. 현재 토튼햄에서 함께 뛰고 있는 이들의 이름은 사이먼 데이비스와 매튜 에더링턴. 당시 4부리그 피터보로 소속이던 이들은 현지 리서쳐의 판단에 따라 잠재력 최고의 선수로 지정됐고 게임내에서는 2001년 무렵부터 최고의 기량을 갖춘 미드필더로 성장했다. 그리고, 실제에서도 이들은 그 해 최고의 활약을 보이며 소속팀의 승격을 이끌었고 4부리그 올해의 베스트11에 선정된 뒤 프리미어리그 토튼햄으로 수직상승했던 것이다.

이런 놀라운 매력에 한가지를 더하자면 '꿈의 실현'이다.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꿈꿔봤을 상황이 CM에서는 더 이상 꿈이 아니다. 반 니스텔로이-라울을 투톱으로 내세우고 토티를 플레이메이커에, 이천수와 베컴을 양쪽 날개에 내세우는 라인업을 경기에 내보낸다든지 이운재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골키퍼로 발탁하는 것이 모두 가능하다. 또한 이것이 터무니없는 '억지'가 아닌 자연스러운 전략으로 받아들여지게끔 현실적인 구성이 가능한 것도 게임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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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4 리서쳐의 한사람으로 작게나마 관여를 한 탓에, 오늘 CM4의 한글판 정품 CD를 구해 CD롬에 넣었다. 예의 그 기계음과 함께 화면에 떠오른 CM4의 타이틀은, 이제 예전처럼 밤을 세워 마우스를 누르지 않는 나에게도 여전히 가슴떨리는 설렘이다. 게다가, 당시만해도 불가능하리라 여겼던 이 대작의 한글화는 게임내에서만 가능해보이던 '꿈의 실현'이 현실에서도 이뤄졌구나 라는 감탄에 게임에 대한 매력을 한층 더 깊이 느끼게 한다.

이윤이 보장되지 않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두터운 CM매니아층의 존재를 믿고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CM 제작사의 노력이 불법복제 등의 이유로 고배를 들이키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처음 이 게임을 즐길 당시 'K리그는 왜 포함이 되어있지 않은거냐', '한국 선수 능력치가 왜 이따위야', '한국은 왜 맨날 월드컵 예선에서 탈락하지?'라고 투덜거렸던 기억을 떠올리는 오랜 CM팬이라면 더더욱 제작사의 공로에 한번쯤은 맘속으로라도 박수를 보내야하진 않을런지...

- 너무도 매력적이라 함부로 권할수 없는 게임, CM을 앞에 두고 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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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의 데이타가 어떻게 게임에서 응용될 수 있는가에 대한

최고의 예제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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