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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29일
삼각지역 12번 출구 근처 횡단보도에 당당히 박혀있는 반사경
생활 패턴에서 신경 쓰이는 일이 생기면 예전보다 더욱 신경이 쓰인다. 그게 반복된다면 짜증까지 나기도 한다. 그래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되어 버리는 식이다. 예를 들어 화장실 변기 위 선반에 약통이 몇 개 있는데 볼일 볼 때 마다 눈으로 써있는 문장들을 계속 읽는다. 같은 성분, 같은 회사명, 전화번호까지. 항상 다 읽고 나서 왜 내가 이런걸 읽고 있지 생각이 들면 이미 다 읽어버리고 난 후다. 그래서 몇 달을 반복하다 결국 박스의 위치를 옮겨 버렸다. 그러자 안도감과 미묘한 시원함이 느껴졌다.
이런 비슷한 일을 또 얼마 전에 해치웠다. 집으로 오는 길에 위치한 작은 횡단보도가 있는데 지상으로 올라온 지하철 엘리베이터 때문에 저 멀리서 오는 차량이 보이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차들은 일단 사람이 안보이니 횡단보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도 못하고 쌩~ 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고 가끔 택시가 서있어야 편하게 건너갈 수 있는 상황이 연출 되었었다. 그래서 항상 위험해 위험하다. 생각은 해도 어떻게 하지까지는 생각이 나아가지 않다가 이사온 이후로 1년이 지났다. 그러다 6개월 전부터 구청에 신고를 해서 거울이라도 부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난달 회사에 바쁜 와중에 갑자기 생각나 구청 홈페이지에 설치해 달라는 짧은 글을 올렸다. 공무원들이 놀기만 하는 줄 알았더니 바로 다음 날 신청하셨죠? 하는 전화가 오고 10월 말까지 설치해 준다는 말을 들었다. (오.. 이런 기민한 공무행정!)
이번에 집이 이사 가니깐 신경 쓰이기 시작해서 설치하는데 까지 2년 걸린 것이다. 와 거울을 달아주었어~ 하며 굉장히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이런 반복되어 신경 쓰이는 일은 바로 처리해야 생각의 낭비를 줄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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