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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조학동 게임동아 기자 (igelau@gamedonga.co.kr)


모바일 최적화 장르.. 모바일 통해 전성기 꿈꿔야 


1. 어드벤처 게임의 흥망성쇠


어드벤처가 한 때 국내 게임계를 지배하는 장르였다는 사실은 나이 어린 게이머들에게는 믿을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예전에는 ‘게임’이라면 무조건 어드벤처 게임을 떠올리는 시대가 있었다.


필자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올라갈 즈음에는 애플이나 MSX 컴퓨터의 기세가 다하고 그자리를 새롭게 IBM 호환기가 메꾸면서 빠른속도로 하드웨어가 발전해 나가는 때였다. 그때는 서서히 AT, 386같은 고성능의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그에 대응하는 게임들도 보다 화려해지고 정교해져 갔다.


이런 시대를 풍미한 것이 ‘시에라 온라인’과 ‘루카스 아츠’ 같은 제작사들의 ‘룸(LOOM)’, ‘인디아나 존스’, ‘킹스 퀘스트’ 같은 어드벤처 게임이었다. 이런 게임들은 이젠 추억의 이름이 되어버린 ‘동서게임채널’을 통해 국내 다수 소개되면서 국내 게이머들을 어드벤처 게임의 세계에 푹 빠지게 만들었다.


이 때의 어드벤처 게임은 대부분 2D 그래픽 배경, 도트로 된 캐릭터가 화면 중앙에 서있고, 직접 명령어를 입력하거나(물론 영어), 아래의 명령어 창에서 행동을 선택해주는 방식이었는데, 실제 그래픽과 사운드는 발전했어도 게임형식 자체는 애플의 ‘매니악 맨션’ 시리즈에서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386을 지나 486 호환기 시대가 열리면서 시스템 성능의 대폭적인 업그레이드는 물론 ‘CD 드라이브’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본격적으로 CD게임 시대가 열렸고, 미국산 어드벤처 게임들은 ‘영화 같은 게임’을 표방하면서 음성지원, 무비 삽입 등의 방식을 도입, 인터렉티브 무비의 영역을 개척했다.


하지만 얄궂게도 그때까지만 해도 절대적인 기세를 유지하고 있었던 어드벤처 게임은 ‘영화’ 라는 거대한 장르를 자신의 위장 속에 집어넣으려 시도하다가 되려 영화에 그 자신이 먹혀 버리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되었다.


인터렉티브 무비는 ‘보여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장르인데, 어드벤처 역시 게임이고 결국은 플레이어가 무언가를 입력해 그것을 계산해 반응을 출력하는 것이 기본인 장르다. 하지만 게임의 대부분을 CD의 대용량을 활용한 무비 씬으로 도배하고, 플레이어는 그사이를 이동하기 위한 조작이나 필요할 때 몇 가지 간단한 조작만으로 엔딩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결국 아무런 게임성도 없이 ‘영상 사이의 분기점을 선택’ 할 뿐인 무기력한 게임들은 플레이어들을 질리게 만들었고, ‘가브리엘 나이트’ 등이 나오던 시에라 온라인 말기에 이르러서는 어드벤처 게임은 대부분 사이코 호러에 한 장르에 타이틀이 편중되어 내용의 난해함과 극중 묘사의 잔혹함이 극에 달해 결국 일반적인 주류에서 마니아 위주의 시장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거기에 그 즈음해서 존 카맥이라는 괴물 개발자가 등장해 ‘울펜스테인의 성’, ‘둠(DOOM)’과 ‘퀘이크(quake)’ 라는 괴물딱지를 차례대로 내놓으면서 1인칭 슈팅게임(이하 FPS)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상당수의 FPS 게이머를 양산했다. 그리고 웨스트우드의 C&C시리즈와 블리자드의 ‘크래프트’ 시리즈라는 걸출한 두 작품이 펼치는 피튀기는 라이벌 구도로 인해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 게임도 새롭게 각광받는 장르로 떠올랐다. 특히 이 두 장르는 그 당시 막 태동하던 온라인 멀티 플레이라는 새로운 흐름에 발빠르게 탑승해 어드벤처나 롤플레잉 게임이 주류였던 그 당시의 게임 시장의 흐름을 단번에 바꿔버렸다. 게이머들은 혼자만 즐거운 어드벤처보다 여럿이서 재미를 공유할 수 있는 FPS나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를 선택한 것이다.


2. 미국식 어드벤처의 소멸, 그리고 새로운 구원군 등장


국내 어드벤처 게임의 역사는 미국 어드벤처 게임의 역사나 다름없기 때문에 사실상 여기서 어드벤처라는 장르는 종말을 맞이해야 옳았겠지만, 90년대 초반에 이미 뜻밖의 구원군이 이웃나라 일본에서 도착해 있었다.


바로 ‘동급생’ 등을 필두로한 통칭 야겜 또는 미연시라고 불리우는 18세이하 플레이 금지 소프트들 이었다.(이하 미소녀게임으로 통칭) 당시 일본에서는 통합적으로 사용하던 국민PC  ‘PC-9801’ 시리즈의 성능이 한계에 달해있었고, 그것을 대신할 사무기기로 IBM PC가 뒤늦게 도입되면서 그 IBM PC에서 구동되는 일본어 운영체제 ‘DOS/V’가 탄생하게 된다.


DOS/V는 MS-DOS 6.0을 기반으로 일본어를 구현시킨 OS로, 쉽게 말해 MS-DOS 일본어판 이라고 보면 되는데, 이 DOS/V로 기존 PC-9801시장을 점유하고 있었던 성인용 소프트들이 부분적으로 이식되기 시작했고, 이런 게임들이 DOS/V와 함께 현해탄을 건너 국내에 유입되면서 90년대 초 중반, 미국식 어드벤처의 몰락과 함께 국내 통신망(나우누리 등)을 중심으로 일거에 거대 세력을 구축하게 되었다.


미소녀 게임의 보급은 음성적으로 이루어졌고, 지금도 분명히 불법이지만, 국내 게이머들에게 일본식 어드벤처라는 기이하면서도 자극적인 장르를 본격적으로 알리는데 큰 공헌을 했고 이후 굳이 성인용에 국한되지 않고, 가정용 게임기나 PC용 비 18금 일본식 어드벤처 게임들이 대량으로 보급되는 계기가 되었다.


21세기가 한참 지난 지금, 일본에서는 아직도 어드벤처는 상당히 강세다. 가정용 게임기로도 상당한 숫자가 나오고 있고 PC용으로는 성인용, 비 성인용까지 합해 한 달에 나오는 어드벤처 타이틀만 거의 20~30여종에 달할 정도다. 한국에도 그런 신작들이 발빠르게 들어오고 성인용 이외의 타이틀도 계속 나오고 있어서 상당수의 집단을 형성하고 있다.


그에 반해 미국식 어드벤처는 그야말로 추억거리로 전락했고, 본가인 북미에서조차 그 흔적을 찾기 힘들 지경이다.


이런 차이는 대체 어느 부분에서 온 것일까? 어드벤처의 특징은 기본적으로 말해 ‘책’ 이라고 할 수 있는데, 미국식 어드벤처가 책에서 영화 쪽으로 발전해 결국 단 방향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귀결되었다면, 일본식 어드벤처는 플레이어가 직접 ‘책을 읽는’ 시스템을 철저하게 고수했다는 차이점이 있다.


즉 미국식 어드벤처의 지향점이 ‘영화같은 게임’ 이라면 일본식 어드벤처는 ‘분기가 존재하고 엔딩이 여러 개인 선택 식 소설’이 지향점이다. 영화를 보는 것과 책을 읽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보량에 있어서 압도적인 영화는 사람이 이야기를 보고 상상할 여지를 상당부분 박탈해 버리고 특정의 사고를 강요하기 쉽다. 하지만 책은 단지 주어지는 정보는 텍스트뿐, 그 외의 모든 것은 읽는 사람 자신이 직접 머리 속에서 처리해서 판단해야 한다.


물론 일본식 어드벤처에서도 무비는 나오고 성우가 대사를 읽어주고 그림이나 사진 등 상당량의 시청각 정보가 제공되기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게이머가 보고 판단할 재료’를 우루루 늘어놓고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 어떻게 보면 불규칙적이고 공통점이라곤 없어보이는 그런 재료들을 하나 하나 주워서 위장 속에서 소화시켜 나가다보면 어느 사이엔가 커다란 하나의 그림을 얻게 되고 그것이 그사람이 그 게임에서 얻은 해석이자 결론이 된다.


비록 시나리오상의 엔딩은 정해져 있긴 해도, 그렇기에 이야기에서 받는 사람들의 느낌은 천차만별이며, 그런 해석의 다양성은 플레이어들에게 질리지 않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말하자면 미국식 어드벤처게임이 잘 정리된 정보를 제공하고 제작사가 원하는 결과를 설명해주는 것이었다면 일본식 어드벤처는 제작사가 게이머가 필요로 하리라고 생각하는 가공되지 않은 재료를 던져주고 직접 요리해먹으라는 식이라고 할까?


그렇기에 미국식 어드벤처는 수수께끼가 수수께기를 부르는 전개가 되지만, 일본식 어드벤처는 자연스레 플레이어가 주인공이 되어 극중의 사건을 ‘추리’하고 직접 판단해 행동하는 추리극의 성격을 자연스레 띄게 된다. 때문에 미국식 어드벤처에는 사이코 호러나 미스터리물이 많고, 일본식 어드벤처에는 탐정이나 형사물, 추리물이 그렇게나 많은 지도 모르겠다.


3. 암울기에 접어든 어드벤처, 모바일 게임으로 부활하라


필자가 굳이 모바일 게임에서 어드벤처라는 장르에 주목하는 이유라면 어드벤처야 말로 모바일 기기에 딱 맞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사실 텍스트와 음악, 그래픽 몇 장으로도 충분한 게임성을 지닐 수 있는 어드벤처 게임이야말로 용량, 표현상의 제약이 심한 모바일 게임에 딱 맞는 장르지만, 그만큼 시나리오가 중요하고 게임구성이 복잡다단해지므로 치밀한 전체설계와 세밀한 프로그래밍 테크닉이 필요하다. 때문에 이에 부담을 느낀 제작사들이 지금까지 어드벤처라는 장르를 회피해 왔으므로 성인 풍의 게임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어드벤처 게임이 나오지 못했다.


대개 제작사들은 이것에 대해 '어드벤처는 안팔린다' 라는 변명으로 일관해 왔지만, 엠서브에서 ‘인사이드’를, 컴투스에서 ‘바이러스’를 내놓으면서 인식은 조금씩 바뀌고 있는 추세다.

 

이 두 게임은 어드벤처 게임으로서 갖춰야 할 요소를 완비하고 있으며 제작사의 역량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초 하이퀼리티의 그래픽과 사운드를 게이머들에게 선사했다. 또 좋은 반응을 얻어 '제대로 만들기만 하면 어드벤처도 충분히 팔린다' 라는 것을 증명해주었다.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고 해도 결국 재미있는 게임은 재미있는 법, 80년대에 인기있었던 게임이라고 해서 지금 재미없으리라는 법은 없다. 어드벤처라는 장르의 몰락은 '탐색, 퍼즐, 추리' 라는 어드벤처 게임의 3박자를 무시하고 영화 보여주기로 떼우려고 했던 탓이니 만큼 이정도 수준의 게임이 앞으로도 계속 나와준다면 모바일에서 다시 한 번 어드벤처 게임의 황금기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특히, 어드벤처가 뛰어난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다는 전제라면, 그동안의 모바일 게임계가 ‘모바일 환경에서 특화된 게임들’이 득세하는 걸 볼 때 ‘어드벤처’ 장르가 새롭게 꽃피워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80년대의 PC 게임 시장처럼 ‘어드벤처’가 모바일 계에 새롭게 비추어지길 기대해보며, 글을 마친다.


작성자 : 김효식(kdash21@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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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기사에 약간의 반발성 반응을 하자면..위와 같이 성공적이었다고 하는 어드벤처는

글의 서두에서 밝히고 있는 포인트 앤 클릭 방식의 전통적인 어드벤처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컴투스에서는 <바이러스> 는 액션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게임 역시 액션형 어드벤처라도 해야 할 것이다. 80년대의 PC 게임 시장처럼 어드벤처 게임이 부흥했으면 하고 바라고

있는 나지만 왜인지 모르게 기사를 보고 약간 화가..났다.

 

문제 제기와 해결 방법이 와닿지 않는다고 해야할 것이다.

 

어려서 했던 시에라 온라인사의 여러 시리즈나 루카스 아츠에서 나오는 영화같은 어드벤처 게임들을 모바일 게임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진지하게 생각 중.......

 

PSP에서 스컴으로 에뮬로 할 수 있는데..한번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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