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게임 제작하면서 이럴 때 보람을 느끼지 않을까?

영허즈번드 형제, 오른쪽이 제임스 필리핀에 축구 열풍이 불고 있다. 열풍을 몰고 온 주인공은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첼시 2군 소속인 제임스 영허즈번드(James Younghusband, 19세)와 필립 영허즈번드(Philip Younghusband, 18세) 형제. 이들은 제 23회 동남아 경기 대회에서 필리핀이 첫 승을 거두는데 큰 공을 세웠다. 필리핀 최고 인기 스포츠인 농구가 경기 종목에서 제외된 터라 이들 형제의 활약과 함께 축구가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들 형제가 필리핀 23세 이하 대표로 발탁된 과정이 흥미롭다. 필리핀은 FIFA 가맹 205개국 중 최하위권인 187위에 불과한 팀이다. 2000년 11월 6일 이후 1무 16패의 참담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동남아국들이 아시안 게임보다 더 중시하는 동남아 경기 대회를 주최한 필리핀은 홈그라운드에서마저 참패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스카우트와 코치들을 보내 7천107개 섬을 뒤졌지만 신인 선발에 실패했다. 축구 당국이 낙담하고 있을때 한 필리핀 어린이가 '첼시 2군에 대표팀에서 뛸만한 선수가 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왔다.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컴퓨터 축구게임을 하다가 첼시 2군 명단에서 모친이 필리핀 출신이고 현재 영국 미들섹스에 사는 제임스(19)와 필립 영허즈번드(18) 형제를 발견한 것이다. 필리핀 축구협회는 금년초 임원을 런던에 파견하여 이들의 합류를 요청했고, 무링요 감독과 이들 선수의 동의를 얻은 것이다. 이들 형제의 모친 수산 플라세오(Susan Placeo)는 20년전 마닐라 방문 중에 영국인 필립 제임스(Philip James Sr.)를 만나 결혼하였다고 한다. 이들 형제는 필리핀과 영국 패스포트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데, 필리핀 국가 대표로 합류함에 따라 향후 잉글랜드 대표로는 뛸 수 없다. 그러나, 이들은 필리핀 대표 합류 요청이 놀라운 일이었다면서, 잉글랜드와 필리핀을 놓고 생각하였지만, 이제는 명확히 필리핀이라며, 앞으로도 필리핀에서 부르면 재빨리 합류하겠다고 밝혀 필리핀 축구협회를 감격시켰다. 필립은 '필리핀에서 뛰게 되어 행복하고 자랑스럽다'며 '필리핀 소녀팬이 많아졌다'고 자랑했다. 이들 형제와, 이탈리아에서 합류한 미드필더 브라지오(Fillippo Paner Braggio), 독일, 미국에서 뛰는 3명 등 6명의 프로 선수가 합류한 후 필리핀은 전혀 다른 팀이 되었다. 이에 고무된 필리핀 축구협회장 로무알데즈(Johnny Romualdez)는 필리핀이 아시아 정상팀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며, 상대 팀들에게 필리핀을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 사실 필리핀은 1913년 아시아에서 최초로 A 매치(중국과의 경기, 마닐라, 필리핀 2대 1승)를 가졌던 팀으로서, 1930년대부터 1970년대 초에 이르기까지 아시아 강팀 반열에 들었으나, 이후 급격한 퇴조의 길을 걸었었다. 필리핀은 1920년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활약한 알칸타라라는 스타를 배출한 나라이기도 하다.

필립 형 제임스(1986년 9월 4일생, 185센티미터)는 첼시 2군에서 라이트백 또는 라이트 미드필더로 뛰고 있다. 동생 필립(1987년 8월 4일생, 180센티미터)은 10살 때 첼시에 들어가 지난 시즌 유스팀 득점왕에 올랐다. 2004년 11월부터 2군에 합류하여 곧 첫 득점에 성공하였으며, 2005년 3월 프로로 전향했다. 필립은 첼시의 지난 여섯 경기에서 세 골을 넣었으며, 첼시 구단에서도 그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여, 프리 시즌 프리미어 리그 로스터에 포함시켜 테리, 로벤, 램파드, 콜 등과 함께 뛰도록 배려한 바 있다. 그는 2년전 잉글랜드 16세 이하 대표로도 선발되었지만 부상으로 포기한 바 있다. 2년마다 열리는 동남아시아 경기 대회 축구 종목에서 지난 대회에서는 태국이 우승하였으며, 베트남이 준우승을 차지했었다. 이번 대회는 A조 태국, 캄보디아, 말레이지아, 필리핀, B조 인도네시아, 라오스, 미얀마, 싱가폴, 베트남으로 편성되어 각 조 상위 두 팀이 준결승전에 진출하는 방식이다.

훈련중인 영허즈번드 형제. 왼쪽이 제임스(11월 26일)

 

아마 플레이스테이션을 즐겼다고 하니 Football Manager 아니면 LMA 혹은 CM 일텐데..

ㅋㅋ 얼마나 자세하면 어머니의 고향까지...제작자와 리서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지난 수요일 바콜로드 시티(Bacolod City)의 파나드 파크 스타디움(Panaad Park and Stadium)에서 벌어진 태국(피파 랭킹 105위)과의 경기에서 필리핀은 아깝게 패했다. 태국은 동남아 대회를 대비하여 에버턴, 볼턴, 레알 마드리드와 대결하여 에버턴에게는 승부차기로 이겼고, 볼턴에게는 0대 1로 아깝게 패했으며, 레알 마드리드에게는 0대 3으로 패한 강팀이다. 지난 10년간 각급 레벨의 대표팀 경기에서 필리핀에게 한번도 진 적이 없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유된 태국과의 경기는 1만 5천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벌어졌다. 필리핀은 전반 36분 자크리트(Jakkrit)에게 통한의 20 야드 결승골을 허용하였다. 전반 42분 알렉산더 찰스(Alexander Charles)의 결정적 헤딩슛은 골라인을 넘는 듯 했으나 상대 수비가 헤딩으로 걷어냈다.

그러나, 필리핀은 25일 벌어진 캄보디아와의 경기에서 4대 2로 승리, '아시아의 동네북(whipping boys of Asia)'이란 불명예스런 칭호를 털어버렸다. 첼시의 제임스 영허즈번드가 선취골을 뽑았으며, 이후 두번이나 동점을 이룬 상황에서 종료 8분을 남기고 두 골을 넣어 승리한 것이다. 동남아시아 경기 대회에서는 1995년 태국의 치앙 마이에서 브루나이에게 1대 0으로 승리한 이래 무려 10년만에 거둔 승리였다.

이번 대회는 A조의 태국과 B조의 베트남, 인도네시아의 준결승 진출이 확정된 가운데 마지막 4강 진출권을 놓고 29일 오후 5시 필리핀과 말레이지아(피파 랭킹 116위)가 격돌하게 된다. 말레이지아는 지난 8월 프리 동남아시아 경기 토너먼트에서 태국에게 대패하는 등 부진한 성적을 낸 전 대우 감독이었던 비츠케이를 해고하고, 전 페낭 감독 노리잔(Norizan Bakar)을 새 감독으로 임명한 바 있는데, 이번 대회에서 석달 전 0대 7로 패했던 태국에게 인저리타임에 골을 허용하여 1대 2로 패하고, 캄보디아를 5대 0으로 대파하여 1승 1패를 기록 중이다. 필리핀은 골득실에서 말레이지아에 뒤지기 때문에 반드시 이겨야 한다. 필리핀이 14년만에 말레이지아전 승리를 일구어 준결승에 진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